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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은 갑자기 찾아온다
    일기 2021. 12. 2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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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2월 26일 일요일 아침 7시 14분, 잠에서 깼다.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아빠한테 부재중 전화가 아침 6시 39분에 한통이 걸려왔었다.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항상 아침 일찍 일어나는 아빠였지만, 이렇게 이른 시간에 전화한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졌다. 바로 이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평소와 같은 아빠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분명히 평소와 같은 목소리를 들었고, 내게 잘 지내고 있는지 안부를 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빠는 형이 사고나서 다쳐서 울산대학교 병원에 왔다고 말했다. 크게 다쳤다고 하는데, '에이... 다쳐봤자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 편으로는 '제발... 제발... 단순한 일이기를.'이라고 외쳤다. 다리가 부러지고 목뼈가 부러졌다고 한다. 움직일 수 없다고 한다. 그래도 팔다리는 정상적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그래도 불행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현실을 당장에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믿겨지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형 욕을 했다. 왜 자꾸 속을 썩여서 아빠 힘들게 하냐고 원망도 했다. 

     

    1분, 또 1분. 점차 시간이 지날 수록 형이 걱정됐다. 아빠 역시 걱정됐다. 나도 이렇게 힘든데 아빠는 얼마나 힘들까.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아빠 눈에는 32살인 형이 여전히 아기로 보이는 듯하다. 나 역시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형을 걱정하면서 많은 눈물을 흘렸다. 코로나 때문에 간병인 1인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은 병실에 들어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 여전히 창원에 남아있다. 당장에라도 울산대학교 병원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내가 울산에 가더라도 할 수 있는게 없다. 

     

    형이 다친 교통사고는 아빠 말에 따르면 형이 음주운전이지만, 혈중알콜농도가 높지 않은 것을 봐서 아마 졸음운전을 하다가 주차된 화물차 뒤를 박았다고 한다. 그래도 음주운전은 명백하게 잘못되었다. 형 역시 사고난 지금 시점에 얼마나 후회하며 눈물을 계속 흘리고 있는듯하다. 

     

    돈을 달라는 말을 자주하지 않던 아빠였다. 하지만, 아빠는 돈을 지원해줄 수 있겠냐고 거듭 물어봤다. 백수인 나한테 돈을 요청해서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 남겼다. 나중에 어떻게든지 돌려주겠다고 말한다. 나는 괜찮다고 여러번 말하면서 돈을 드리려고 했다. 거절하지 않는 아빠였다. 그만큼 경제적으로든 심적으로든 여유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현실에 무거운 벽을 마주한 기분이다. 

     

    사고가 났고 결국에 형은 다쳤지만, 그래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주차되어있던 오래된 화물차 뒤를 박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사람을 쳤다면 분명히 상대방은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사고였을거다. 혹은 중앙선을 침범했다면 모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사고였다. 또한, 조금만 더 크게 사고가 났거나 잘못했으면 형 역시 사망에 이를 수 있었다. 다행히도 다리와 목뼈가 부러졌지만 신경을 다치지 않은 상황이다. 

     

    나는 간절하게 바란다. 수술없이 목뼈가 정상적으로 붙기를. 목 수술은 정말 위험한 수술중 하나다. 수술중에 신경 마비 혹은 사망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아빠 말로는 목 수술까지 갈 확률은 50:50 이라고 한다. 1~3달 정도 경과를 지켜본뒤 수술 판단여부가 판가름된다고 한다. 나는 간절하게 바란다. 형이 옛날처럼 같이 웃을 수 있기를. 그리고 같이 건물주가 되서 노후를 편하게 보내자고 했던 약속을 함께 지키기를. 돈이 얼마가 들던지 내가 가지고 있는 자산 전부 모두 줄 수 있는 하나뿐인 형이다. 나는 어린 시절에 비록 형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형은 나를 챙겨주기도 하고 나와 함께 놀기도 했던 가족이다. 

     

    모든 행동에는 책임과 대가가 따른다. 우리는 잘못된 행동임을 알고도 행동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무단횡단, 실선에서 차선 변경, '한잔은 괜찮아' 등이 있다. 이 행동들을 했을때 사고는 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우리가 50년 정도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사고가 한번이라도 발생할 확률은 매우 높다. 한 번의 사고가 위험하다. 한 번의 사고는 여러 사람 가슴을 아프게 한다. 경제적으로도 힘들게 한다. 당사자는 몇 년 혹은 몇 십년이라는 시간을 '후회'라는 말과 함께 지낼 수도 있다. 어쩌면 후회조차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글을 읽으신 분은 큰 대가가 따르는 행동들에 대해서는 한번 더 고민해보고 행동하기를 바란다. 단 한순간의 확률은 낮더라도 나쁜 행동이 습관이 되어 결국에는 삶에 있어서 한 번의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도 형이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다쳤다는게 믿겨지지 않는다. 불행은 정말 갑자기 찾아온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이제서야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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